'젤리클 고양이들'이 뉴욕 브로드웨이를 영원히 바꾼 날: 뮤지컬 캣츠의 불멸 신화
10월 7일은 인류의 감정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예술의 위대한 힘이 세상에 드러난 날로 기억됩니다. 바로 1982년 10월 7일,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불멸의 명작 캣츠(Cats)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세계 4대 뮤지컬의 반열에 오르며 현대 뮤지컬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은 이 작품은, T.S. 엘리엇의 시(詩)를 천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오늘, 우리는 초연 40년이 훌쩍 넘은(43주년, 2025년 기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Memory〉와 함께 브로드웨이의 심장을 영원히 사로잡았는지 그 신화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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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ailehwihFlair, RCCL Cats 2018 1.png, Wikimedia Commons, CC BY 3.0 |
Ⅰ. T.S. 엘리엇의 시(詩)에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으로
뮤지컬 『캣츠』의 시작은 의외로 고전적입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영문학의 거장 T.S. 엘리엇이 조카들을 위해 쓴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를 위한 실용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원작으로 합니다.
이 시집은 매캐비티, 그리자벨라, 럼 텀 터거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고양이 캐릭터들의 개성과 습성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천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는 이 시집의 매력에 빠져 모든 시에 음악을 붙이기로 결심했고, 시를 거의 그대로 가사로 사용하면서도 독창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입혔습니다.
1981년 런던 웨스트 엔드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캣츠』는 이듬해 10월 7일, 뮤지컬의 심장부인 뉴욕 브로드웨이의 윈터 가든 극장(Winter Garden Theatre)에 입성하며 전 세계적인 신화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Ⅱ. 뮤지컬 역사를 바꾼 '혁신'과 '몰입'
『캣츠』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 파격적인 혁신이었습니다.
1. 무대와 공간의 해체
『캣츠』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가변형 무대를 도입했습니다. 극장 전체가 거대한 도시의 쓰레기장으로 변신했고, 관객들은 자신들이 실제 고양이들의 축제인 젤리클 볼(Jellicle Ball)에 초대된 듯한 몰입감을 경험했습니다. 무대 소품들은 모두 인간 크기의 몇 배로 제작되어, 관객들이 마치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 춤과 의상, 캐릭터의 향연
이 작품은 줄거리의 연속성보다는 캐릭터와 안무에 초점을 맞춥니다. 각 고양이의 성격과 삶의 배경이 화려한 분장과 의상, 그리고 역동적인 춤을 통해 전달됩니다. 특히, 고양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한 배우들의 유연하고 에너지 넘치는 안무는 당시 뮤지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무용수의 역할과 비중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Memory〉: 시대를 초월한 위로의 노래
『캣츠』의 심장에는 모두가 아는 명곡 〈Memory〉가 있습니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늙고 초라한 고양이 '그리자벨라(Grizabella)'가 부르는 이 노래는, T.S. 엘리엇의 미완성 원고를 바탕으로 작곡가와 연출가가 완성한 것입니다.
"Touch me, it's so easy to leave me... (나를 만져줘요, 나를 떠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죠)"
인생의 고통과 회한, 그리고 다시금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담은 이 곡은 뮤지컬을 넘어 대중음악의 영역에서까지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자리 잡으며, 예술이 인간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Ⅲ. 브로드웨이의 심장을 바꾼 불멸의 신화
브로드웨이에서 『캣츠』는 총 7,485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세우며,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최장기 공연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 기록은 2006년 같은 웨버의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이 깨기 전까지 브로드웨이의 상징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캣츠』는 토니상(Tony Award) 7개 부문을 휩쓸었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10월 7일, 『캣츠』의 브로드웨이 초연은 단순히 하나의 뮤지컬이 탄생한 날을 넘어섭니다. 이 작품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완벽한 결합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상업적 가능성을 극대화했으며, 이후 등장하는 모든 메가 뮤지컬(Mega Musical)의 성공 공식과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Ⅳ. 맺음말: 10월 7일에 기억해야 할 예술의 힘
10월 7일은 전쟁의 참혹함과 이념의 대립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하게 빛난 『캣츠』의 초연은 인류가 어떤 비극 속에서도 삶의 환희와 희망, 그리고 위로를 찾아낸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다양한 모습—화려함, 고독, 용서,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발견합니다. 10월 7일, 『캣츠』의 불멸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나마 예술이 주는 영원한 생명력과 위로의 힘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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